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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기록부 사후 기재, 다 범죄일까

작성자관리자

  • 등록일 26-10-14
  • 조회1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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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기록부 사후 기재, '즉시' 쓰지 못했다면 무조건 범죄일까

 

긴급한 응급 조치와 상급병원 전원으로 정신없이 휘몰아친 하루.

상황이 수습된 후 뒤늦게 차트를 정리하며 원장님들은 서늘한 불안감을 느낍니다.

 

투여 직후가 아닌 지금 기록을 남겨도 의료법 위반으로 고발당하는 것은 아닐까?

 

실제로 환자의 상태가 악화되어 의료분쟁으로 번질 경우, 

경찰은 '진료기록부 사후 기재'를 문제 삼아 의료법 위반(미기재 또는 허위 작성) 혐의로 강하게 압박해 들어옵니다.

 

경찰 입장에서 의사의 업무상 과실치상 여부를 입증하는 것은 복잡한 의학적 자문과 치열한 법리 공방이 필요하지만,

 '진료기록부 기재 지연'은 직관적이고 적발하기 쉬운 표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긴박한 의료 현장의 현실을 외면한 채, 오직 기재 시점만을 문제 삼는 수사기관의 기계적 잣대에 제동을 건 판결이 있습니다. 

그 판결의 구조를 보겠습니다.

 

 

산부인과 전문의 G 원장님은 유도분만을 위해 환자에게 옥시토신을 투여했습니다. 

그러나 분만 과정 중 환자의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었습니다.

 

G 원장님은 즉각적인 CPR을 지시하는 한편, 상급병원 이송 차량에 직접 동행하여 구급차 안에서도 환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였습니다.

 

상황이 일단락되고 원내로 복귀한 오후, G 원장님은 그제야 progress note에 오전에 투여했던 약제 내역을 기록했습니다.



 

유도분만 개시. 하트만드액 500ml에 옥시토신 *가트 혼합하여 정맥주사. 오전 *시 /*분


 

처치 과정이 명확하게 담긴, 의학적으로 더없이 건조하고 정확한 기록이었습니다.

 

그러나 경찰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경찰은 "약제 투여 당시에 즉시 기재하지 않고 사고 발생 후 사후에 작성한 것은 명백한 진료기록부 작성 의무 위반”이라며 

G 원장님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습니다.

 

아쉽게도 검찰 역시 경찰 의견 그대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법원의 판단 : 상당한 기간 내의 상세한 기록, 처벌할 수 없다.

 

법원은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G 원장님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무죄를 이끌어낸 핵심 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지연의 정당한 사유 :

환자의 상태가 위중하여 CPR 및 전원 동행까지 이루어진 긴급한 상황이었습니다. 

법원은 사건 당일 복귀 직후에 기록을 남긴 것은 ‘상당한 이유'가 있는 지연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연속성 있는 치료를 위한 구체성 :

사후 기재라 할지라도 G 원장님의 기록에는 투여 시각, 약제명, 용량, 투여 경로 및 속도가 완벽하게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 기록만으로도 다른 의료진이 후속 치료를 제공하거나 사후에 치료의 적정성을 검증하기에 충분하다고 평가한 것입니다.

 

 

의료 현장에 드리는 실무적 제언

 

이번 판결은 수사기관의 무리한 기소와 행정처분 압박에 맞설 수 있는 방어 기준을 제시합니다.

 

진료기록을 즉각 작성하지 못했더라도, ‘정당한 사유'가 존재하고, ‘상당한 시간 내'에 작성되었다면 이는 처벌 대상이 아닙니다.

 

단, 작성 시점이 지연되었을수록 내용은 더욱 정밀해야 합니다.

약제명, 용량, 시각, 투여 방식 등을 객관적이고 상세하게 남겨야만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사후에 헐겁게 조작했다”는 경찰의 선입견을 차단할 수 있습니다.

 

의료사고로 추정되는 사건이 발생하면, 경찰은 의례히 의료진의 작은 차트 작성 지연조차 형사처벌과 면허정지를 끌어내는 강력한 무기로 사용하고는 합니다.

 

이때 진료 현장의 다급했던 정황을 객관적으로 입증하고, 작성된 기록의 의학적·법적 정당성을 논리적으로 방어해 내는 것이 변호인의 역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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